오대산행
겨우네 춥다는 말이 참으로 어울리게 그렇게 춥기도 어렵다는거다.
연일 영하 10몇도를 오르내리다니....
제아무리 강추위가 기승을 부린다하더라도 막연히 기대를 해 본다.
설마하니 1월도 다가는데 마지막주일까지야 양심이 있지.
하지만,양심불량 강추위는 내 기대를 보기좋게 묵살해 버렸다.
영하19도...도대체 감조차 잡히지않는다.
아이젠 스팻치 장갑등을 배낭속 깊숙이 차곡차곡 챙겨넣으면서도
마음이 가볍지 않았던건 순전히 심술쟁이강추위 때문였다.
1월 마지막주일은 오대산행이 있는 날이다.
겨울배낭은 옷이 한짐이다.
어둠이 채 가시지않은 군자역에서 오대산행버스를 탔다.
차창문에 얼어붙은 얼음덩이가 새삼스럽게 추위를 실감했지만
빛고운 아침햇살에 마음을 얹어본다.
2000년전 고대로마시대에도 사회간접자본으로 나라 부강에 가장 큰 몫을 담당했던 도로가
이제는 산허리를 뻥뚫어내는 터널까지 개발하여 오대산행버스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상원사주차장까지 단숨에 달려왔다.
스팻치를하고 아이젠도차고 장갑을끼고 스틱까지 눈산행 준비를 단단히하고
마치 무협지 소설에나 나옴직한 이름에 적멸보궁(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모신 전각)에 오른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사찰답게 불상이 없다 하더라도
법당 뜨락에 환하게 드리워진 햇살만으로도 부처님의 향기는 충분히 느낄수가 있었다.
특히나 탱화는 언제나 내 눈을 사로잡는다.
나무 계단 조차도 수북수북 쌓여 있는 눈을 스틱으로 새들이 모이쪼듯 콕콕 찍으며 조심조심 산등성이를 오른다.
앙상하게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서슬이 퍼런 하늘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 도도함에 추위는 한층 더 깊어져 슬쩍 외면하면서 비로봉 1.5km 나무표지판을 반가운 마음에 바라다본다.
1.5km라...1.5km가 어느정도일까...
'그래도 나무표지판이 보였으니 아마 얼마 안 남았을거야'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쉬엄쉬엄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비로봉 정상 아래에서 햇살이 부서지는 눈밭에 앉아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비로봉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지금까지는 그다지 어렵지않게 산행을 할 수 있었는데
정상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산길에서는 발걸음이 느려지기 시작한다.
거북이 걸음이지만 쉬지않고 한발한발 옮길때마다
세찬바람이 따라붙어 정상이 코앞에 있구나 하는걸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다.
새하얀 눈이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비로봉이라고한다.
다섯개의 봉우리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오대산의 주봉 비로봉(해발1,563m).
저 멀리 봉우리마다 마치 성곽을 쌓듯 질서정연하게 겨울산을 지키는 나무들이 당당하다.
특히나 아스름하게 보이는 설악산과 하얀 풍차가 선자령이라고 또렷하게 이야기하고 있어
오대산 비로봉이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위치에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나무마다 상고대가 하얗게 피어있어 오대산 정상이 얼마나 추운지를 실감한다.
인정사정없이 무차별 퍼부어대는 눈바람에 얼굴조차 워머로 꼭꼭 여미고 눈만 빠꼼히 내 놓아
마치 아라비아 사막을 횡단하는 것하고 하나도 다를바가 없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눈보라를 치며 윙윙거리고 불어대는 바람소리가 지극히 위협적이지만 겁먹지 않을 수 있었던건
꼼꼼히 준비했던 겨울옷들이 내 몸을 지켜주었고 아직도 식을줄 모르는 내안의 열정들이
그들과의 한판 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였다.
비록 하얗게 상고대를 피웠다하더라도 겨울산을 지켜내는 겨울나무처럼!
상고대가 하얗게 피어난 겨울나무 숲속을 빠져나오자
바위에 깊숙히 새겨져 있는 상왕봉(해발1491m)비석이 어서오라고 손짓을한다.
2011.1.29
NaMu
오대산행 앨범
상원사의 풍경소리....들어 보신적 있으신가요.
절대로...혼자는 듣지 마세요^^
석상 ....동물 이름이 뭔가요?
적멸보궁(寂滅寶宮) 눈이 부시도록 화려해요.
마치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수라상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오대산 주봉은 비로봉이라고 해요
얼마나 ...추운지 나무들이 하얗게 상고대를 피워서요
사실은...안쓰럽게까지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