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Rang 봉사활동

서울영아일시보호소를 다녀와서

NaMuRang 2010. 12. 30. 11:35

서울영아일시보호소를 다녀와서

 

한겨울 추위가 영하 15도쯤은 별거아니라는듯 연일 영하권의 날씨가
맹위를 떨치고있어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버렸다.
모처럼 쉬는 휴일, 따뜻한 침대속에 푹 파묻혀 종일토록 잠을 자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무거운 몸을 일으켜세웠다.

 

매월 4째주 일요일날은 서울영아일시보호소로 봉사활동 가는날이다.
지하철 2호선 역삼역에서 봉사활동하기 위해 모인 친구들과 함께
지하철 출구에 올라서자 기다렸다는듯 찬바람이 매섭게 쌩쌩거린다.
옷깃을 한껏 여미며 재빠르게 한서병원 아래 서울영아일시보호소 안으로 들어선다.

 

일층에서 가운을 갈아입고 이층으로 올라와 오늘은 병아리반을 배정받았다.

언제나처럼 우유를 먹을 시간인데 태양이는 우유를 먹지않아 그대로있다.
우유병 끝을 손가락으로 톡톡쳐주며 아이가 우유 먹기를 기다려봐도
도통 먹으러 들지 않아 작전을 바꾸기로했다.
아이를 안고 우유병젖꼭지를 아이 입에다 넣어주자
마치 우유를 먹어본적이 없는 아이처럼 우유병젖꼭지를 혓바닥으로 밀어버린다.
혹시나 아이에게 이상이 있나 싶어 아이를 안고 눈맞춤을하자
동그랗고 예쁘장한 눈매를 가진 아이가 생글생글 눈웃음을친다.
아이가 아프지않아 안심을하며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자
옹알옹알 옹알이를 한다.
10월18일생 세상에 태어난지 두어달 지나면 옹알이를 하나보다
아이 하는 짓이 여간 귀여운게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우유를 먹지 않은게 맘에 걸려 다시 우유병 젖꼭지를 아이 입에다 넣어주자
여전히 우유를 전혀 먹으려 들지 않는다.
선생님 태양이가 왜 우유를 먹지 않는데요 하고 물어 보고 싶은 말이
목까지 차 올랐지만 참았다.
왜냐면 혹시나 태양이도 우유를 먹으면서 자는 습관이 있는건 아닌가싶었기때문에
느긋하게 기다리기로했다.
봉사활동 온 친구들과 모여앉아 마치 우물가에 마실 나온 새댁들처럼
아가들을 안고서 아가들의 이쁜짓에 너도 나도 웃음꽃을 피운다.
봉사활동은 내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서 한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태양이도 잠이 오는지 잠투정을 한다.
이때다 싶어 그대로 남아있는 우유병을 들자 보육사선생님께서
따뜻한 우유를 새로 타가주고 와서 아이를 침대에 누이고 가슴을 다독다독하며 우유를 먹인다.
먹는게 시원찮아 깡마른 아이가 안쓰러워
제가 먹일까요 하고 싶은 맘은 간절했지만 차마 잘난척은 할 수가 없었다.

 

간난쟁이들은 먹는대로 큰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10월30일생 다연이는 투실투실한 우량아다.
아이가 내 검지손가락을 주고는 쥐었다 폈다하면서 잼잼을 하는 것같아
아~ 이제 아이가 잼잼을 하려나보다 하고 아이 눈앞에서 열심이 잼잼을 가르쳤지만
내가 언제 잼잼을 했냐는듯 시치미를 뚝 떼고는 잼잼에 전혀 관심을 없다.
그러면 그렇지 아무리 아이가 실하고 크다고해도 아직 백일도 안 된 간난쟁이가
잼잼 할리는 없을 것 같아 아이를 안고 서성이자 하품을 늘어지게 한다.
가슴에 꼬~옥 안고 다독다독하자 어느새 아이가 잠이 들었다.

 

한달에 한번 1월달만 날짜를 잘 못 계산해서 참석을 못했으니
서울영아일시보호소를 와 본지도 11번째가 된다.
이제는 보육사선생님께서 저녁식사를 하러가면 어떻게해야하는지
저녁식사가 끝나면 오셔서 아이들을 목욕시키는데 무엇을 도와주면 아이들을 빨리 목욕시킬수 있는지등등을
경험으로 서서히  터득해가고 있는 중이다.

 

성격이 온순해보이고 사람이 유난히 착해보이는 보육사선생님께서 아이들 목욕을 시켜 커다란 수건위에
올려 놓으면 물에 젖은 아가들을 수건으로 말끔이 닦어 기저귀를 채우고 옷을 입히는 일은 내 몫이다.
보람이는 내일 입양을 간다고 했다.
전라도 사투리가 구성진 봉사활동 친구가 물어본다.
"국내 입양인가요"
'국내 입양'이라고 한다.
한때는 해외입양 1위라는 오명도 가지고 있어 국내 입양말이 어쩜 그렇게 반갑게 들리던지.
서울영아일시보호소 건물 앞면에는 탈렌트 신애라씨가 아가를 안고 있는 간판이 붙어있었다.
언젠가 신애라씨 말처럼 가슴으로 낳은 아이를 입양한부모들은 어쩌면 진정한 이시대의 박애주의자인지도 모른다.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이 무한하기를....

2010.12.28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