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수필방

친구들이 보고 싶다.

NaMuRang 2010. 12. 15. 10:35

친구들이 보고 싶다.

 

14년전 그 친구를 동창모임에서 만났다.

 

넉넉하고 깔끔한 모습에서 '자수성가했구나'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치긴했지만,
그 친구와 어울려 놀았다는 기억이 전혀 떠 오르지않아
"엄마 잘 계시냐"고 그 친구 엄마 안부부터 물었다.
몸집이 자그마하고 예쁘장하던 그 친구 엄마는
일이 많은 우리집에 자주 오셔서 일을 거들어주셨는데
얌전하게 웃기만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게 떠 올랐기때문이다.

 

타고난 성격이 온순하고 성실한 그 친구는
고급 승용차 본네트에 씌우는 부품을 개발하여 특허받아
동생과함께 제품공장을 하며 탄탄한 기업인으로 성장을 한 모양이다.
아버지 일찍 여의고 산길 외딴집에서 엄마와 누나 그리고 동생이 어렵게 살었지만
성공한 그 친구가 대견하여 '축하'한다고 술잔을 건네자
마치 겸손이 성공인양 자기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어려운 동창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베풀 줄 아는 그 친구는
고향동네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친구에게 토지를 사주어 경작하게하기도하고,
몸이 아픈 친구에게는 입맛 당기는거 사먹으라며 남모르게 적잖은 돈을 쥐어주기도했고,
동창들 애경사에 화환챙기는 일도 그 친구 차지였다는 공개된 비밀을 알게 되었을때

어쩌면...그런 맘 씀씀이가 그 친구로 하여금 성공의 요인으로 작용 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곤했다.

 

서로가 바쁘다보니 그 친구를 개인적으로 만난다거나
전화를 할 여유는 솔직히 없었다.

 

어느해 봄였던가 여름였던가 기억은 아삼삼하지만 아무튼
보험회사 다니는 우리동네 친한 친구가 그 친구를 만난다며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전화가 왔다.
우리동네에서 외각으로 조금만 벗어나면 숲속에 '프로방스'라는 경양식집이 있다.
프릴이 쫌쫌하게 달린 치마를 입고 하얀모자를 쓰고 프로방스여인네처럼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레스토랑에 앉아 새들의 지저귐에 귀기울이며
그 친구랑,보험회사 다니는 친구랑 같이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적금 하나 가입하고 싶은데
기왕이면 보험회사 친구에게 들고 싶다고 그럴듯한 이유를 붙이며
보험회사 다니는 친구를 통해 적금 보험을 하나 들었다.

참 좋은 친구라는 느낌이 물밀처럼 가슴을 적시며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그리고 몇년이 지난 재작년 이맘때쯤 보험회사 다니는 친한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성구가 암에 걸렸데"
그 친구는 예전에 들었던 보험이 생각이 나서 보험회사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고한다.
물론 충격이야 받았지만,
요사이 흔한게 암인데 항암치료만 잘 견뎌내고 관리만 잘한다면
그깟 암 정도야 암것도 아닌 병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니까 그 전에 병문안 가자고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보험회사 다니는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얘...성구가 죽었단다"
"........."
아~ 하느님
그렇게 좋은 사람을...

 

병문안이 장례식장으로 가게 된 그 심정이야...

진작에...병문안가서 얼굴이라도 한번 볼 것을..
그 친구가 윤숙이랑 병순이랑 한순이랑 같이
밥이나 한번 먹자고 했는데 왜 나는 그 약속조차 지켜주지 못했는지...

나의 무심함은 후회의 연속인 삶을 살아가기에 충분한 벌인것 같다.

 

요번주에 동창 송년모임 있다는 문자 메시지가 지난주부터 두서너번 왔다.
연말이면 누구나가 치르는 행사 송년 모임에서 동창회도 한 몫한다.

이런저런 바쁜일로 몇 년동안 동창 모임에 참석 한적이 없어
다들 어떻게 지내는지 친구들이 보고싶다.
2010.12.14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