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민둥산에 억새꽃 축제

NaMuRang 2010. 10. 13. 10:23


 

마치 변심한 연인의 마음처럼 싸늘한 바람에 적잖게 상처를 입으며
이렇게....가을이 가는가 싶었다.

 

하지만, 제 정신을 차린 가을바람이 임무에 충실하며
찬란한 가을햇살이 무한정 쏟아지는 날에는
일상탈출을 꿈꾸며 서성이는 마음을 달래기가 쉽지않다.

 

늦은 밤 퇴근길 풀벌레들의 가냘픈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며 기다리고 또 기다려본다.
나의 유일한 탈출구인 가을산행을....

 

억새풀들도 꽃을 피우며 한바탕 가을축제를 한다고
소문이 자자한 민둥산행이 10월 둘째주일요일날 있었다.

 

설레임으로 가슴 조이며 기다렸던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구름 한점없이 맑고 파아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껏 미소를 짓고는
발거움도 가볍게 민둥산행버스가 기다리는 군자역으로 향한다.

 

산부자동네 강원도답게 뚜렷하게 드 넓은 들녁은 눈에 띄지않지만
손바닥만한 조각논에도 추수를 끝낸 볏단들이 군데군데 쌓여있는 걸
차 창너머로 바라보며 아득히 먼 어린시절 고향집 바깥마당에서
탈곡기로 벼를 털던 기억들이 신기루처럼 떠 올랐다 사라진다.

 

마치 블로콜리처럼 생긴 산들이 구비구비이어져있다.
때론 샛빨갛게 가을옷 입은 나무들이 한송이 붉은 꽃인양 화려하다.

블로콜리밭 사이를 가로 질려 가는듯 싶은 산길을 지나
민둥산행버스는 강원도 정선군 남면 증산초등학교앞 주차장에
산우님들을 모셔다 놓았다.

 

하얀 꼬깔모자를 쓴 차양들이 먼 발치에서도 축제장임을
한 눈에 알아 볼 수가 있다.
제법 많은 승용차들이 도로변에 주차되어 있는걸로보아
축제가 한창 무르익어가고 있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하며
나무들이 울창한 숲속으로 들어선다.

 

대부분 산세들이 그렇듯이 처음부터 숨막히게 가파르다.

가파른 산길을 쉼 없이 오르다 보니 땀으로 온 몸이 범벅이되어
긴바지를 훌쩍 걷어 차곡차곡 접어 반바지 만들고

긴팔의T셔스도 쓰윽 올리고 너풀거리는 긴머리도 깡총하게 묶어도

여전히 더워 급기야는 부채까지 꺼내들었다.
생각나면 한번씩 다가오는 가을바람이 열기 가득한 몸을 서늘하게 식혀준다 하여도....

 

초보 산행꾼도 충분히 즐길수 있는 산행이란 이야기를 산행 전에 들었기에
'산행이 과히 힘들지 않을거'라고 미리미리 안심을 시키며
가벼운 맘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산길을 올라간다.

 

누우렇게 메말라 건드리기만해도 바스라질 것같은 나뭇잎이
짚수세미처럼 헝글어져 두문두문 매달려있는 나무들을 보며
'이상도해라... 쟤네들을 왜 저렇게
포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앙상하게 변해버린거지?'
자신만의 색깔로 가을옷 갈아입고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어야
당연한 그들이 마치 초로현상에라도 빠져버린 것같아
"쟤네들 좀 보세요....
쟤네들이 왜 저런데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그 이야기가 거듭거듭 튀어나왔다.
태풍에 심하게 다쳐 나무들이 멍들어서 그런다고
산우님께서 살며시 귀띔해준다.

 

나무들에 가렸던 높고 파아란 가을하늘이 거침없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능선이 나타났다.
오늘에 주인공 억새풀꽃들이 능선을 따라 하얗게 새하얗게 피어나
스치는 바람에도 은빛물결 일으키며 넘실넘실거린다.

눈부신 은빛물결에 내 마음도 실어보내며
오늘 축제에 주인공 억새풀꽃과함께 기념촬영도 서슴없이 했다.

 

쏟아지는 가을햇살에 은하수를 뿌려 놓은듯 은빛으로 반짝이는
억새풀꽃밭을 가로질으며 가볍게 민둥산(1119M)정상에 올랐다.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있는 민둥산은 나라안에 5대 억새 군락지 중에 하나라고 한다.
매년 10월1일부터 30일까지 억새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올해가 15회째 된다고한다.

 

억새꽃이 풍성하게 피어났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억새밭에 잡초들이 의외로 많아 손길이 미치지못한 임자없는 밭같은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어찌 생각하면 천예의 자원일 수 있다.
 그 자원을 잘 지키고 가꾸어 지방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장이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하산길 숲속 가득 들어오는 가을 햇살속에
태풍을 무사하게 피해간 나무들이 가을맞이에 나섰다.
노르스름하게 가을옷 입은 나무, 빠알갛게 물들어버린 나무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나무들.
그들은 자신만의 색깔로 농익은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숲속을 가을에 정원으로 부지런히 꾸미고 있었다.

 

그대여 아시는가
가을의 정원 숲속에서는 누구나가 가을의 전령이 된다는 것을!

2010.10.10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