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아침 가리골

NaMuRang 2010. 8. 18. 09:53

 

태풍 뎬무가 지나갔다하여 한 시름 놓았지만
아직은 그의 영양권이라며
후두둑거리는 빗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짙은 어둠속에서도 무턱대고 쏟아지는 폭우를 창문너머로 바라보며
올여름 마지막 피서지라고 손꼽아 기다렸던 아침가리골 트래킹을 생각한다.
그리고...우중산행 준비를 심란한 맘으로 꼼꼼히 준비하여
아침가리골 트래킹버스가 있는 군자역으로 갔다.

 

진초록빛 산등줄기로 연기처럼 뿌엿게 피오르는 안개.
손바닥만한 논에서도 이삭을 패기시작하는 벼.
길고도 넓직한 잎사귀로 훨훨 살풀이춤 추는 옥수수밭.
도톰한 밭이랑이 초록빛잎으로 풍성한 고구마밭.

아침가리골 트래킹버스는
시멘트로 숲을 이룬 도심에 묻혀 생명력 잃어가는 내 감성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주려는 듯 그들을 곱게 펼쳐 보였다 접곤한다.

 

산과 산들이 굽이굽이 이어지는 녹색의 정원을
천연의 조경사 손길에 오랫동안 세삼하게 다듬어진
강원도 인제군 방동리 갈터 주차장에 버스가 도착했지만
간밤에 내린 폭우로 계곡은 이미 누우런 흙탕물로 변해 버렸다.

 

성이  많이 나  제풀에 못이겨 하얀파도까지 여울지며
성난 물살 일으키는 계곡물을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며
아침가리골 트래킹이 시작되는 조경동교로 향한다.

 

칡덩쿨에 포도송이처럼 매달려있는 연보라빛칡꽃이
이따금씩 부른 바람에도 폴폴 향내를 풍기며 내 마음을 사로 잡아
그들의 달콤한 향내에 취해가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숲길을 내려가다보니
차츰차츰 더위로 지쳐가는 내 마음을 아는지
 숲속을 울리며 힘차게 내리꽂는 계곡물 소리가
조경동다리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넌지시 귀띔 해준다.

 

한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계곡 트래킹....
특히나 강원도 산간지방에 걸맞게
'이른아침에 밭을 간다'라는 이름에 아침가리골은
오지에 신비스런 매력을 그대로 품어 안고 있는듯하여
나라안에서 계곡 트래킹으로 인기가 가장 높다고한다.

 

아침가리골 트래킹을 시작하는 기점으로 삼는
조경동교에 도착을 했지만
투명하게 맑고 깨끗한 계곡물은 간곳이 없고
여전히 계곡을 뒤집어놓기라도 한듯
누우런물이 급물결을 타고 쏜살같이 흘러간다.


계곡 트래킹을 거부하는 그들의 몸짓에
가까이 하기엔 너무먼 그대처럼
못내 아쉬움으로 바라만 봤다.

 

바위와 바위사이에서 맑고 투명한 물이 무한정 흘러내려
뒤 돌아서는 내 발거음이 멈칫한다.
그리고....아득히 먼 어린시절 목이 메이도록 그리운 내 고향 마을이 떠 오른다.

 

"산고개를 넘어가면 옹달샘이 있었어.
조그마한 웅덩속까지 훤하게 보이는 맑은 샘물은 언제고 찰찰 넘쳐 흘렀지."
고갈되어 버린 내 영혼에게 가만히 속삭여본다.

 

여름내 목청껏 노래하던 매미들이 쉰 목소리로 내년을 기약하는 숲속에서
나 또한 그들처럼 내년에는 아침가리골 계곡 트래킹을 할 수 있을거란
희망을 가져보며 가볍지만 않은 발걸음으로 숲길을 오른다.

2010.8.15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