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수필방
너무도 기득한 스파트필림
NaMuRang
2009. 9. 4. 11:40
너무도 기특한 스파트필림 마치 오뉴월 파김치마냥 가닥가닥 축 늘어져있는 스파트필림(Spathiphyllum spp)이 부리나케 출근한 나를 기다리고있다. '아~참' 그렇잖아도 시들시들하여 '물을 줘야지'생각은 했지만 내 일이 아닌 것처럼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냥 퇴근했다. 물을 흠뻑주면서도 파편이라도 맞은 것 처럼 형편없이 쳐저버린 그를 보며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열대 아메리카에서 건너와서 그런지 이름이 너무 어려워 한번 들어서는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스파트필림은 햇볕이 들지 않는 실내에서도 잘 자라는 관엽식물이라고한다. 새집증후군이나 실내 악취를 제거하는 그는 실내의 공기를 정화하는 파수꾼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꽃이 가득한 울타리 화분을 만들고 싶었던 나는 처음에는 그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한다. 하지만 햇살이 들지 않는 실내에서는 향기로 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을 사로잡았던 히야신스도 꽃잎이 너무도 선명하고 예뻐 눈이 즐거웠던 아자리아도 자그마한 꽃잎이 앙증맞아 마냥 귀엽던 갈랑코에도 불과 보름을 넘기지 못하더라. 꽃을 대신 할 수 있는 대체식물로 몇번이나 망설이다 골랐던 스파트필림은 하얀 꽃잎이 달랑 한장 피어 꽃 흉내를 내고 있었지만 그 꽃 이미지가 카라꽃하고 비슷했기에 결정적으로 그를 선택했다. 하얀울타리화분속에 양옆으로 스파트필림을 놓고 가운데에는 그래도 꽃이 필요하기에 갈랑코에도 넣어보고 베고니아도 넣어보고 꽃기린도 넣어놓는다. 가운데 있는 실내 전용꽃들은 시들어죽어가도 여전히 푸르고 싱그러움으로 자리를 지키고있는 스파트필림에 언젠가부터 각별히 관심을 갖게 된다. 관심이 사랑이라고 한다. 초 봄 내 책상위에 찾아 온 그가 여전히 푸르고 싱싱함으로 지친 일상을 달래주었는데 내 부주의로 그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비극은 생각조차 끔직스러웠다. 설마 죽기까지 할려나 싶은 가녀린 희망을 간직한 채 축 늘어진 그를 바라본다. 언제나 그렇지만 바쁜 업무시간은 그가 있는지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해가 설핏 넘어가는 저녁무렵 무심히 그들을 바라보는 순간 언제 그랬냐싶게 다시 생기가 올라 생생하기만하다. 저승사자 손에 무사히 풀려난 그들이 너무나 반가워 감사하단 생각이 나도 모르게 저절로든다. 가만히 손 내밀어 그들을 쓰다듬으며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해준다. 09.9.4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