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설봉산행과 여주도자기축제

NaMuRang 2009. 5. 20. 10:31

설봉산행과 여주도자기축제

하루종일 쏟아지던 빗줄기를 
견뎌내지 못한 장미는
기어이 고개를 푹 숙이고 말더라.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있는 그가
'너무 안되었다'는 애처로움에
종일토록 젖어들게 했던 주말.
경기도 이천에 있던 설봉산과도자기축제를
실로 오랫만에 관람 할 수있는 절호에 기회를
얻었지만 심상치 않은 날씨인지라 
수시로 주일날씨를 점검 해 본다.
'구름위에 햇님' 그림이 비는 오지 않을거란
여전한 소식에 안심을한다.
5월도 하순을 향해 줄달음질치고 있는 세번째 주일날.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열었지만,
구름으로 온통 도배를 한
하늘을 보며 순간 망설인다.
우산을 가져 갈까.....
비가 갠다고 일기예보에서 했으니
당연히 우의같은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우산을 집어 넣고
재빨리 배낭을 챙겨 사당동으로 향했다.
찰랑찰랑거리는 못자리 물위로 
고개를 쏘옥 내밀고 일렬종대로 서 있는
아기모들이 모내기철이란다.
그들을 위해 오뉴월 땡볕에 피땀 흘리는
이들도있다.
그들이 흘린 땀방울만큼 무한한 결실로
맺어져 보람찬 한 해 였다고
피부로 느껴지길 바라는 마음을
무엇이라 표현 할 수 있으리....
경기도 이천 도자기축제가 있는 
설봉공원 주차장에는 휴일이라서 그런지
가족단위로 도자기 축제를 관람하기 위해
찾아 온 구경꾼들의 승용차가 물밀처럼 
밀려들어온다.
철석같이 믿었던 일기예보는 
어디까지나 예보에 불과하다며
간간히 뿌리기 시작하던 가랑비는
결국 우산을 펼쳐들게한다.
'우의도 없는데 우중산행....'
생각만으로도 끔직하다.
제발 더 이상은 비가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감히 하늘조차 쳐다보지 못하고 
도자기축제장 뒷산 설봉산속으로 들어간다.
아람들이 나무들이 
마치 병정처럼 양 옆으로 서 있는 오솔길은
우산을 쓰고도 충분히 산행을 즐길 수 있기에
마냥 흐믓하다.
특히나 가파르지도 않아 
금상첨화격인 산길을 가벼운 마음으로 오르자
저만치 성벽이 보인다.

삼국시대 전략의 요충지로 성벽을 쌓았던 설봉산성.
산행을 하면서 이따금씩 산성을 만나게
되는 일이 있다.
그들이 마치 유서 깊은 고성터로 
신비함 가득하게 비치는 건
어쩌면 방향을 잘못 잡은
내 타임머신 때문은 아닐런지..... 
포도송이마냥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아카시아 꽃이 마냥 탐스럽다.
달콤한 아카시아향기는 
여전히 그칠줄 모르고 뿌려대는 이슬비에
희석이 되어 느낄 수는 없었지만,
수정같은 빗방울이 
어린 나뭇잎에 매달려 
금방이라도 떨어질듯 위태롭게
나를 위로한다.
그들의 가여운 위로에
가슴 축축해지며
정상을 향해 발길을 서두른다.
첨성대를 반또막 내 놓은 것 같은 
아니 항아리를 엎어 놓은 것 같은
성화대가 우리를 기다린다.
나라의 안녕을 지켜주던 봉화.
그를 보면서 
왜 동북아 변방 자그마한 나라의
비애를 느끼는 것일까?

모였다, 흩어졌다를 되풀이하며
숲속에 작은 이벤트를 벌이던 뿌연안개가
그다지 높지를 않아 무늬만 봉우리인
서희봉 연자봉을 지나 정상을 안내한다.

경기도 이천의 진산이자 육산인 설봉산(雪峯山) 

이름이 참 예쁘다
눈설雪 봉우리봉峯
토질이 좋아서 그런지 아람드리 나무들이 
쭉쭉 뻗어있고 잡목이 거의 없어  
비오는날 우산을 쓰고도
충분히 산행이 가능한 산.
여름산행으로는 그만 인듯 싶다.

특히나 산 입구에 있는 
설봉국제조각공원과 호수는 
산행 후 이벤트행사로 또 다른 기쁨을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하리라.


에필로그:

2009년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가 
4월25부터 6월21일까지
이천과 여주 그리고 광주에서 열린다고한다.
생활도자와 전통도자 그리고 조형도자의 만남.
세계 여러나라 도자예술인들의 작품을 두루
감상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민족 기질이 다분했던 조형도자는
조각작품들을 보는 듯 했고,
가장 반갑고 친근감이 들었던건
역시 선조들의 얼이 숨쉬고 있는 분청자기들이다.
하얀 머그컵에 손수 그림을 그려넣는
이벤트 행사도 있어 
행사장을 찾아 오는 누구나가 
얼마든지 자신만의 머그잔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내 삶이 그렇듯이 이방인처럼
구경한 것으로 그치고 말었다.
09.5.17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