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관악 산행과 쭈꾸미 파티

NaMuRang 2009. 4. 1. 10:30
관악산행과 쭈꾸미파티
한 보름전 쯤 였으리라.
일주일 내내 훈풍이 속수무책으로 불어대며
나무들을 소삭거린다.
겨우네 추위에 지친 나무들은
드뎌 봄이 왔나보다하고
얼마나 좋아라 했겠는지.
비록 말은 없었어도
그들은 온 몸으로 그 기쁨을 표현하고말더라.
안양천변 옆길 서부간선도로 갓 길에는
봄 소식에 놀라 
너도나도 활들짝 피어난 개나리들은
개나리동산을 방불케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과 한 이레 불어대던 
훈풍은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 뚝 떼고는 자취도 없이 사라진다.
샛 노랗게 피어난 개나리 동산을
아침 출근길,
먼 발치에서 바라 본 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내 가슴은 봄였지만
꽃샘바람의 거센 질투로 일주일 내내
영하를 오르 내리던 기온 변화를 대책없이
견뎌내는 그들을 차마 바라 볼 용기조차 생기지 않았다.
성질 급한 녀석은
언제나 손해를 보게 되어있다.
아직도 창창하게 많은 날들이
봄이라고 하는데 
뭐가 그리도 급한지....!
출 퇴근길,
그들의 시련이 내 시련인양
아퍼하고 상처받으며
문득문득 의문이 생긴다.
설마하니 숲 속에 나무들조차
이런 비극(?)을 경험하고 있지는 않는가하고.
3월도 마지막 주일날은 쭈꾸미파티가 패키지로
들어있는 관악산행이 있었다.
아침 햇살만큼이나 환하고 따뜻한 정이 흐르는
산우님들과 사당역에서 만나자
일주일 내내 마음에 상처를 무던히 주던
꽃샘바람의 날카로운 시샘조차도 용서가 된다.
마치 엄마등에 업혀 고개만 쏘옥 내밀고
세상구경하는 천진난만한 간난이같이
단단한 껍질 위로 슬며시 나온 어린 나뭇잎들의
세상구경은 그나 나나 신비롭기는 매 한가지다.
나무가지에 빗방울처럼 무수히 맺힌 어린 나뭇잎따라
숲 속으로 들어서며
때론 알 수없는 두근거림을 억누른다.
정녕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가보다.
나뭇가지를 어루만지며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에
몸과 마음을 맡기며 부지런히 오르자 
어느덧 저 멀리 산아래 동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모형 도시를 설치해 놓은 듯 싶은 서울에풍경.
집이 대세다.
마치 꿀벌 집들 같다.
답답할 것 같지만
오히려 정감이 어리는 건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리라.
좀 더 복지 선진으로 발전에 
길들여 지길 바라는 마음이야.
우리네 민초들의 가장 기본적인 희망은 아닐런지.
이름에서도 이야기하듯이
크고 작은 바위들이 어울어진 관악산인지라
바위와 함께 산행한다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양지바른 바위틈에 피어난 진달래꽃.
해살 가득 머금은 꽃잎은 분홍빛으로
더욱더 곱게 빛난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심술쟁이 바람결에
부르르 몸을 떨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곱게 미소 짓는 진달래의 의연함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물어진다.

바위틈에 피어난 진달래

양지바른 바위틈에도 봄 소식을 전하는 진달래.
때론 꽃샘바람이 심술을 부려도
가만가만 고갯짓하며 
미소로 화답하는 연분홍진달래.
가녀린듯 
심성깊은 네 고운모습처럼
봄은 그렇게 
내 가슴에도 오는가보다.

산행꾼들의 산행을 거부하듯
뽀쪽뽀쪽 솟아 올라 
한 성질하는 바위들을 
살살 달래며 정상에 오른다.
잎사귀 다 떨어진
사리 빗자루같이 엄성하기 그지없는
나무들이 빼꼭히 들어 차 있는 산 기슭에 
봄 기운을 감지 할 수는 없지만
무한히 쏟아져내리는 햇살은 봄이라고 한다.
때론....그들의 따뜻한 위로가 봄이라고 믿고싶다.

에필로그:
꼴뚜기,쭈꾸미,낙지,문어 
발은 많이 달려있지만 뼈없는 물고기라고한다.
봄철 보양식으로 애용하는 쭈꾸미를 
살짝데쳐 먹는 이름하여 쭈꾸미 샤브샤브파티는 
천지약수터에서 있었다.
적은 금액으로 양질에 쭈꾸미를 먹을 수 있다는 건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만난 뜻 밖의 행운이다.
이 얼마나 감사 할 일인지!
09.3.29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