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수필방

가을이 가기 전에

NaMuRang 2008. 11. 17. 22:06

가을이 가기 전에

도로변 은행나무들도 
황금빛드레스자락 펄럭이며 가을향연의
이벤트를 화려하게 차리는듯 했어요.
하지만 가을비가 대책없이 내리는 날에는
그들도 가을비 따라 내 곂을 떠나 가고 있었죠.
뚜렷한 이유없이 시름시름 가을앓이로 
시들어가는 내 가슴은 그들의 화려한 몸짓에
가벼운 위로를 얻곤 했었는데 은행나무 아래
소복하게 쌓여가는 노오란은행잎이 
마치 내 설음을 쌓아 놓은 듯 싶네요.
지금은 
그 어느것에도 위로를 받을 수 없어
고독바이러스가 
가슴 깊숙히 침범하고 있는 중이예요.
때론 그대를 향한 마음이
영원히 치유가 되지 않는 
외로움을 달래 주기도해요.
내 곁에 없어도
내 곁에 있는듯
내 삶에 비팀목이 되는 
먼 그대여^~
08.11.17
NaMu
      
    가을에는 -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
    유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 하늘처럼 
    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
    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
    사랑이 아니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