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남산공원과 남산골한옥마을 나들이
NaMuRang
2008. 9. 3. 13:01
남산과 남산골한옥마을 나들이 공부는 하지 않으면서 공부 하는 척하던 시절이 있었다. 학교 쉬는 날에는 가기만 하면 열심히 할 것같은 예감때문에 계획도 착착 세워가며 서울역 맞은편 가파른 언덕배기를 올라 남산도서관을 다녔다. 소문도 무성하던 케이블 카를 타본다던지 남산 식물원에 가 볼 기회는 없었다. 어찌보면 지극히 단편적인 추억만 간직하고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내 기억과 상관없이 서울 한 복판에 있는 남산은 규모가 작긴해도 마치 집안에 대들보마냥 나라안에 정신을 지탱하는 산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하루하루가 다르게 여름이 뒷 걸음 치는 8월 마지막 휴일날 서울 한 복판에 있는 동산 남산과 남산골 한옥 마을 나들이가 있었다. 문득 '이희승'님의 수필 '딸깍발이'가 떠오른다. 허름한 의관을 갖춰입고 나막신 딸락딸락거리며 세월아 내월아 팔자걸음으로 남산골을 오르내렸을 남산골 샌님 '딸깍발이'는 탁상공론에는 능하여 반골기질은 충천했지만 가진 건 없었다고 서술하신다. 세상과 타협 할줄 몰랐던 '딸깍발이'의 가볍지만은 않은 삶이 과히 존경스럽게 생각되지 않았다. 아니....좀 더 솔직해지자. 초겨울 삭풍같은 딸깍발이의 일상을 나는 안타깝게 지켜 볼 자신이 없었기때문이리라.가을을 준비하는 햇살은 따거웠지만 나무그늘은 가는 세월을 숨길수는 없었는지 시원하다. 무수히 많은 나뭇잎들이 만들어주는 초록빛파라솔안으로 찾아들어 가볍게 산길을 오르다보니 커다란 호랑이가 입을 떡 벌리고 한층 위엄을 갖추고 양 옆에서 보초를 써는 동상앞에 이른다.
독립운동을 하시면서 독립군양성소도 설립하여 후배 독립군도 키우시던 이시영(李始榮)님 동상이다. 초대 부통령을 지내셨지만 이승만대통령 통치에 반대하여 사임하시게된다. 정치야망이 누구보다도 강했던 이승만대통령은 하야와 함께 망명의 쓰라린 고통속에 낯선 타국땅에서 이세상을 하직하셨지만 부통령을 지내셨던 이시영님은 나라안 정신적 지주같은 남산에 동상까지 세워졌으니 욕심은 언제나 화를 부르게된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초대부통령을 지내셨던 이시영님 동상위에는 안중근의사기념관이있다. 초봄부터 시작한 빅톨 위고의 레미제라블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지금은 '혁명 바리케이트 도둑'의 부제목이 붙어있는 5권을 보면서 나도 앙졸라의똘만이가 되어 바리케이트를 신나게 쌓고 있는 중이다. 술집 꼬랭뜨의 일부를 바리케이트 쌓기 위해 부수면서 지극히 인간미 넘치는 꾸르페락은 술집안주인 위슐루 아주머니에게 부당하게 대우받은 경찰을 위해 자신들이 보복 해준다고 위로해준다. 물론 위슐루 아주머니는 자신의 술집과 집기로 바리케이트를 쌓아 경찰을 보복 해준다고 해도 그것이 어째서 자기를 위한 일인지 이해되지는 않았다고 빅톨위고는 자신의 소설 레미제나블에서 서술한다. 진실로 프랑스가 위대하고 존경스런 민족으로 인식되는건 빅톨 위고같은 위대한 작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최근 몇달동안 절실하게 느끼면서 빅톨위고의 레미제나블을 보고있다. 일본 압제에 앙졸라같이 분연히 일어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안중근의사는 진정 우리네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주었는데 어찌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누구나가 좋은생각은 하고 산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양심있는 행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절대로 아니다.
남산에도 성곽은 있었다. 세월에 더께가 소복히 내려앉은 것같이 성곽사이에 끼어있는 푸른이끼와 담쟁이덩쿨이 고성에 온듯 잠시 착각하게 하는 성곽길을 따라 올라간다.
횃불과 연기를 이용하여 급한 소식을 전하던 조선시대 통신수단 봉수는 태조가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 후부터 시행했다고한다. 평상시에는 1개, 적이 나타나면 2개, 적이 경계에 접근하면 3개, 경계를 침범하면 4개, 경계에서 아군과 전투를 벌이면 5개의 불을 올렸던 봉수는 갑오개혁(1857년) 다음해까지 500년 동안 시행했다고한다. 남산의 옛 이름을 따서 목면산(木覓山)봉수라고도하고 서울에 있어 경봉수라고 불리기도했다고한다. 떡 본김에 제사를 지내듯이 나자신의 안녕과 나라의 안녕을 위해 일년 365일 무재해를 간절히 기원해 봤다. 하늘이 유난히 쾌청한 늦여름 어느날에...
비둘기들은 행락객이 뿌려준 과자부스러기를 쪼아 먹느라 빨알간 새다리를 종종거리며 부산하다. 다리 한쪽을 찔룩거리는 비둘기가 눈에 들어온다. 첨에는 잘못 보았을거라는 의구심에 내 눈을 의심하며 유심히 바라다보았다. 하지만 의심을 불식시키듯 한쪽 다리를 절름거리면서도 무리들과 어울려 열심히 모이를 쪼고있다. 다리만 다쳤던게 아니고 날개쭉지도 깃털이 듬성듬성 빠져 빨알간 속살이 언듯언듯 비친다. 제아무리 그에게 카메라 촛점을 맞춰도 혼자 잡아내는 재주를 가지지 못해 여렷이 어울려 모이 먹는 모습만 담았다. 왼쪽 등쪽이 허옇게보이는게 그 비둘기다. 사연이야 알수 없지만 한때 많이 아퍼 깊은 상처의 자욱을 남겼지만 여전히 무리와 어울려지내는 그가 얼마나 대견스럽던지.... 오랫동안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정상에 가까이 오자 사랑의 열쇠를 매달아 놓은 철조망이 보인다. 사연도 모양만큼이나 가지각색이다. 자전거 묶어 놓는 사슬로 하트모양을 만들어 단단히 열쇠를 채워놓았다. 사랑도 인연도 이렇게까지 굳건하기만 하다면야 나도 사랑이라는 걸 해 보겠다. 하지만...이렇게 무쇠 열쇠같이 굳건 해 지기까지는 서로가 서로를 향한 무한한 배려와 양보는 의무사항으로 따라 붙을 것이다.
하산길 잿빛시멘트 층층대에 떨어져있는 도토리가 제법 눈에 띄인다. 통통하게 여물진 못했어도 가을의 정령같은 그들을 그냥 지나칠수는 없었다. 돌보는이 없어도 잘 자라나 제 모양을 갖춘 도토리들이 한없이 미더워 사랑하고픈 맘이 새록새록 생겨난다. 장충체육관앞에 있는 장충동 명물 장충족발집에서 점심요기를 간단히 하고 남산골 한옥마을로 향한다.
순수혈통의 전통 가옥 5채를 이전 복원하거나 이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낡았을때는 건축양식만 본떠 복원하였던 한옥마을은 1994년 4월18일 개관하였다고한다. 청사초롱이 전통혼례라도 치르는 것같이 잔치분위기인 한옥마을은 실제로도 잔치집였다. 떡메를 치는 떡메꾼도 있었고 한복을 곱게 전시 해놓은 대청마루 임시 전시장도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앞 뒤로 훤하게 열린 여닫이문 안의 방안 풍경들이 여백의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과 함께 급할게 없는 우리 양반님네 일상을 슬쩍 훔쳐 본 느낌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전통문화계승에 자그마한 일조를 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카오스의현상을 능가하리라고 믿고싶다. '우리것이 좋은 것이여'하는 광고 카피가 생각나는건.... 08.8.31 NaMu
남산과 남산골한옥마을 나들이 앨범이시영님 동상을 지키는 호랑이예요. 어쩌면.... 이시영님은 만주벌판을 누비며 젊은 시절 나라를 위해 독립운동을 하셨을거예요... 늘씬하게 뻗은... 호랑이의 등줄기가 무척이나 믿음직스럽죠....
사진을 잘 찍으시는 산우님께.... 특별히.... 부탁을했어요... 제 뒷모습을 담아 달라구요....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는 왠지 뒷모습을 담고 싶었거든요.... 뒷끝이.... 깨끗한 사람 뒷탈이... 없는사람 뒷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어요...
벼가 벌써 누르스름하게 익어가고 있었어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벼는.... 언제보아도 겸손함에 극치같거든요... 겸손함도 .... 어쩌면....자신감에서 오는 부상이라고 생각해요.... 자신감을 갖고 ....일상을 살아 낸다는 것은 행복한 삶 맞는거죠....
성곽이 마치 고성의 녹색정원같은....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가끔은 매미가 소리높여 노래도 불러주더군요... 아직도 여름이래요^~
봉수대라고해요... 정확히 헤아려보진 않았지만 다섯개였던 것 같아요....
비둘기에게 과자를.... 모이라고 주었어요... 사실은...제 뒤에 하얀T셔스 입은 남자분있잖아요... 마치 마당쇠같이 한 덩치하는 낯 모르는 남정네한테 과자 달라고했거든요... 저도 다른 산우님들처럼 비둘기한테 모이를 주고 싶었거든요.... 지금 사진에서 보니까... 저에게 과자 한주먹 주었던 낯 모르는 남정네가 제 뒤에서 있어요... 어쩜....기가막혀 하는건가요.... 비둘기 발 있잖아요... 어쩜 그렇게 발그스름하니 예쁘던지요... 발가락 세개 활짝펴고 아장아장 걷는.... 모습도 넘 예뻣어요.....
비록 햇살은 무척이나...따거웠지만 하늘이 넘 맑아요... 저 멀리 보이는 첨성대같이 생긴게 도대체 뭔지는 모르지만 암튼.... 산우님들께서 사진 찍으시길래 저도 갖은 폼 잡아 봤어요....
빽빽이 어쩜...그렇게나 많이 사랑에 열쇠를 매달아놓다니요.... 사랑.....꼬~옥 우리삶에 없어서는 안될 에너지인가봐요....
사랑을....하고 싶어요.... 모나지 않은 사랑.... 둥그런 그런사랑...
남산골 한옥마을이래요... 멀리 보이는 청사초롱에....가만히 내 맘도 걸어놓았어요... 청사초롱에 빨갛게 불이 들어 온다면... 그대를 향한 .... 내 사랑도... 점점히 타오르겠죠... 사실은.... 아주 멋스럽게 생기셨던 남산골한옥마을 책임자이신 교수님으로부터 우리네 전통 한옥에 대한 강의를 잠시잠깐 들었어요... 첨 보는 분인데.....자상하고 다정스럽게 그리고 해박한 지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놓으시더군요... 어쩌면....남산골한옥마을과 함께 그분에 대한 기억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