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설악산 12선녀탕 우중산행기

NaMuRang 2008. 6. 25. 10:21

설악산 12선녀탕 우중산행기


새벽 4시
알람시계가 부지런을 떤다.
잠시 망설였지만 뭉기적거릴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섬광처럼 스쳤다.
일어나자 마자 재빨리 창문을 열어 보았다.
어두껌껌하여 제대로 볼 수는 없지만
비구름이 하늘 가득하다.
이미 일주일 내내 충분히 걱정했기에
심술첨지 비구름을 미워하지 않겠다고
체념 할 수 밖에 없었다.
주섬주섬 설악산행 배낭을 챙기며
우중산행에 필요한 우의와 우산도 잊지 않았다.
장마가 시작 되었다는 6월 4째주 일요일
설악산 12선녀탕 산행이 있는 날이다.
집 앞을 나설 때만해도 
한 두방울씩 떨어지던 빗 방울이
설악산행 버스가 있는 사당동에 도착하자
주룩주룩 장마비로 변해 버렸다.
산행버스에 올라 산우님들과 안부를 주고 받으며
나이가 지긋하게 드셔 자칫 실수를 해도
흉허물이 될 것 같지 않은 언니같은 
산우님 옆에 앉았다.
그동안 내린 장마비로 구석구석 목욕하여 
말끔해진 산야가 창문 너머 풍경이다.
신수가 훤한 그들의 모습에 가끔 가끔 눈길이 
머물어지며 장마비도 제 몫을 할 때가 있구나
하는 생뚱맞은 생각을 해 보았다.
시인마을이란 이름표를 붙여 분위기를 한층
고풍스럽게 만든 설악산 국립공원 장수대분소
매표소 주차장에 설악산행 버스가 멈추었다.
간간히 내리는 비가 영 심란하기는 했지만
우의를 걸치고 숲길로 들어섰다.
앞서가던 바람이 거칠게 나뭇잎을 훑고 지나간다.
후두둑 거리며 떨어지는 빗방울이 
그대 그리움에 열병 앓고 있는
내 가슴에도 떨어진다.
더 이상 중병에 시달리지 않기를 애써 위로하며 
마냥 더뎌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대는 전혀 모르는 사실 하나 

오락가락하는 장마비를 맞으며
설악산 12선녀탕 산행이 있었어요.
세찬바람이 나뭇잎 거칠게 훑고 지나가네요.
빗방울 후두둑 떨어집니다.
울꺽
눈물이 솟았어요.
그리움에 열병을 앓고 있는 중입니다.
오르막길을 한참 오르자 
시원한 물줄기가 폭포수같이 내려오는 폭포가 나왔다.
대승폭포라했다.
'금강산 구룡폭포와 개성 천마산의 박연폭포 함께
우리나라 3대 폭포중 하나 인 대승폭포는 높이가 88m'라고 한다
'한계리에 사는 대승이란 총각이 
하루는 폭포수가 있는 돌기둥 절벽에
동아줄을 매고 돌버섯을 캐고 있는데
돌아가신 어머니가 대승이총각을 불러 
다시 동아줄을 타고 올라오다 산짝만한 지네가
자신의 동아줄을 막 끓으려는 것을 발견했다'는
대승폭포의 전설을 읽으며 끊임없이 쏟아지는
폭포수의 물줄기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대승이엄니의 사랑을 보는 듯 했다.
마냥 더뎌지는 발걸음은 결국 맨 후미로 
뒤쳐져 본의 아니게 후미대장(?)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맘 씀씀이가 외모에 보이는 것 일까?
동안에 항시 미소를 짓고 있는 외모에서 
이미 어린왕자같은 총산악대장님은 성격 또한
참아 낼 줄 아는 인내심과 너그러운 리더십을
고루 갖추고 계신다.
절편으로 만든 홍삼을 주시며 힘 내라고 하신다.
멀미가 무서워 평상시 먹지도 않는 
아침 밥도 먹고 뱃속은 든든 했지만
총산악대장님께서 내민 홍삼 절편 몇 조각은
마냥 쳐진 내 발걸음에 힘을 실어 주었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가파른 산길을 오르며
다음 산행 때 부터는 나도 절편 홍삼을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승령(1219m)에 정상에 오르자 
제법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서둘러 하산하며 점시 먹을 장소로 갔다.
쏟아지는 빗속에 점심 먹고 싶은 기분이
아니여서 서성이자 어디에서나 바지런하고
맘씨 고운 사람은 있기마련이다.
나뭇잎 무성한 나무 아래 넉넉한 맘을 가진
산우님께서 자리 훌쩍 펴 놓으며 
커다란 돌의자까지 있는 안성맞춤인 자리를
마련하고 어서 앉으라고하신다.
마땅히 배낭 내려 놓을 장소도 없고하여
배낭을 그냥 매고 한술 뜨고 싶었으나
전시가 아니라며 배낭 내려 놓으라고 
성화를 하신다.
마치 늦되는 아이 마냥 
매사에 다부지지 못한 나는 
빗속에 의자를 안 꺼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어 
후둑둑 떨어지는 빗방울에
밥과 반찬을 섞어 먹는 
새로운 경험이 잼있었다.
빗속에 점심도 챙겨 먹고 
오늘 우리가 가고져 했던
12선녀탕으로 부지런하게 
하산 준비를 서둘렀다.

설악산 서북능선인 대승령과 12선녀탕으로 가는
숲속에는 산목련나무가 이따금씩 눈에 들어온다.
새하얀 꽃이 탐스럽기도 했지만
봉긋한 꽃봉오리가 나뭇잎 위에 
살며시 얹어있는 모습이란
마치 18세 소녀처럼 청순함에 극치를
보이고 있었다.
향기에 무척이나 약한 나는 
꽃향기를 맡고 싶었지만 
비에 흠뻑 젖어 있는 꽃에서는 향기가
미미하여 가벼운 실망을했다.
'이른 봄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목련은
중국이 원산지라고 한다.
하지만 5~6월 산중 피는 산목련은 
함박꽃나무라고도 한다.'
북한에서는 함박꽃나무를 목란이라 부르며
북한의 국화를 정했다고 한다.'
특히나 꽃봉오리를 따 한 잎씩 떼내어
그늘에 말린 후 공기가 통하지 않는 용기에
보관 해 두었다가 끓는 물에 꽃 잎 몇 개 넣어
차로 마시면 이세상 다른 모든 차를 다 준다해도
바꾸지 않을 정도로 그 향기가 놀랍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혹시나 또 다시 나에게 그들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꼭 향기를 맛 보고 싶었다.
12명의 선녀가 내려 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 있는
12선녀탕은 실제로 8개 밖에 없다고한다.
맨 끝에 있는 용탕(복숭아탕)을 지나 
12선녀탕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복숭아탕으로 갔다.
새하얀 물줄기가 복숭아 모양으로 움푹 패인
탕안으로 모여들었다.

문득 생각한다.
나는 왜 이 곳에 왔는 가를....
어쩌면.... 선녀들의 기를 받아
때묻은 영혼 깨끗함을 받고져 함은 아닐런지.
하산길 내내 이슬비가 오락가락했지만
용서 할 수 있었던건
우중산행에 묘미를 
충분히 맛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08.6.22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