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주산지 능수버드나무와 함께했던 주왕산행

NaMuRang 2007. 10. 16. 15:18


왠지 때묻지않는 신비스러움이 존재하기에
호기심은 하늘을 찌르지만 우물안 개구리같이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호기심은 그저
호기심만으로 끝나는수가 많다.
마치....우리가 흔히 겪는
불말로 끝나버린 짝사랑처럼^~
하지만...호기심을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절호의 기회가 종종 오기도한다.
10월 둘째주말 밤에는 무박1일 주왕산행이 있는 날이다.
일이 많지는 않지만 직장생활 한다는 자체는
맘도 몸도 오뉴월 삼사일 지나 푹 시어버린
파김치로 만들기 쉽상이다.
일주일 내내 기다리며 문득문득 기쁨에
젖어보기도했지만 몸은 이미 파김치로 변해버려 
늦은 시간 주왕산행 버스에 오르자마자 
차멀미와 잠이 번갈아 가면서 나를 찾는다.
고질병 차멀미가 두려워 잠을 청하자마자
어느사이 주왕산행 버스는 
주왕산 주차장에 와 있었다.
웬수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이 막연한
새벽비를 한두방울씩 맞으며 부리나케
주차장 매점으로 달려가 일회용 우비를 샀다.
늘 그렇지만 흐리고 가끔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흘려보냈던 내 자신을 미워하면서....
해드렌턴 없어도 된다는 대장님의 가벼운 맨트가
금요일날 퇴근후 해드렌턴를 샀는데
괜히 샀다는 생각이 일순 지나갔다.
하지만 새벽녁 짙은 어둠을 가르는
산우님들 머리에 매달린 해드렌턴 불빛을 따라가며
산행 버스안 배낭속에 고이 모셔져있을 
내 해드렌턴 생각에 어이가 없어 싱긋 웃었다.
물속에 잠겨있는 고목을 가끔 사진으로보며
물속에서도 나무가 자랄수 있다는게 상상이안돼
그림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가져 본적이 있다.
'백문이 불여 일견'이라고 하지 않던가.

여명이 수면위에 선명하게 나무그림자를 찍으며 
한폭의 담체화를 그려놓는 주산지 능수버드나무. 
정성의 손길로만 길들여진 분재를 보는 듯 싶은
주산지 능수버드나무는 
어쩌면 긴 세월 변함없이 그를 위해 존재했던 
물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능수버드나무의 신비함에는 언제나 늘 그를 지켜주며
보살펴주던 물의 진솔한 사랑이 있었다는 깨닮음은
날이 훤히 밝아 질때까지 그 자리를 떠날수가 없었다.
차츰 날이 밝아오자 한두방을 떨어지던 빗방울도 
기다렸다는듯이 소낙비가 되어 대책없이 쏟아진다.
뛰다시피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빗물 뚝뚝 떨어지는
일회용 우비가 제 값을 하느라 잘 벗어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산행버스를 운행하시며 
산우님들의 편의를 도모하시고 산악회 회원이시기도 한 
운전기사산우님께서 보다못해 도와주신다.
늘 그렇지만 자그마한 관심은 커다란 행복을 불러온다.
운전기사산우님의 따뜻한 배려를 놓지지않고 보고있던
산우님께서 날 보더니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이야기한다.
물론...산우님의 정답에는 해설이 필요 없는것 같다.
제법 큰소리를 내며 비가 오고 있어 혹시나
산행을 하지 않으려나 싶었지만 
아니 더 솔직해지자면 주산지에있는 능수버드나무도 봤겠다
이제 내가 온 목적은 달성을 했으니
비도 오는데...우비조차 가져오지 않았는데...
산행은 안해도 될성 싶었다.
하지만 산우님들은 주섬주섬 우비를 입으며
산행 준비로 분주 하셨다.
이미 구멍이 나기시작한 일회용 우비를 거칠 생각조차 
않고 있는데 산우님들은 하나 둘씩 내리기 시작했다.
억지 춘향이가 따로 없다는 기분으로
다시는 입기조차 싫은 일회용 우비를 걸치고
산우님들을 따라 내렸다.
날은 완전히 밝았지만 한두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은 산행에 전혀 도움을 줄줄모른다.

마치 치마 두르면 모두 여자같이 보이는 
바람끼 많은 남정네마냥 난 산이면 모두 좋다.
아니 어쩌면 이산이 그산같아 산 나름대로의
특색을 견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주왕산은 다른 여늬산과 확실하게
차별화하면서 처음부터 사람 맘을 끊임없이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그건 바로 아슬아슬하게 가파른 낭터러지 바위들이 
협곡을 만들며 그 사이로 흐르는 맑은 샘물에는 
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처 노니며
이제 막 노릇하게 물들기 시작하는 나뭇잎들이
깊은 산중에 기품있는 가을에 묘미를 
가감없이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였다.
이따금씩 빗방울이 나뭇잎사이를 후두둑거리지만
일회용 우비를 과감하게 벗어버리고
나뭇잎우산을 쓰고 산행은 쉼없이 계속되었다.
진흙과 버물어진 도토리들이 마치 가루땅콩을
듬뿍 얹은 사탕마냥 나뭇잎 사이에 숨어있지만
진흙 투성이는 도토리를 주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참나무가 많은 산은 왠지 지혜로운 산 같다는
느낌을 가메봉 정상에 올라갈때까지 지울수가 없었다.
제법 찬바람이 안개를 몰고 다니며 산속을 
안개숲으로 만들어 놓는다.
안개숲속으로 빠져들자 연기마냥 뿌엿게 피어난 안개가 
가슴 밑바닥으로 흐르는 내 깊은 설음에 스며든다.
매캐한 연기같은 서글픔이 울컥울컥 차올라
눈물샘을 자극하지만 애써 외면한채
가파른 산길을 따라 가메봉 정상에 올랐다.
짙은 안개로 한치에 앞도 볼수는 없었지만
노오랗게 빨그스름하게 물이들어버린 나뭇잎들이
화려한듯 고즈녁한 자태로 
이미 정상에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넌지시 귀띔해 주고있다.
하산길목 내원마을에는 어른키보다 더 큰 억새들이 
새하얗게 피어나 숨 막히도록 새하얀 억새밭을 만들어놓았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갈바람에 새하얀 포말 일으키며
파도치는 억새들의 몸부딤이 예사롭지않다.
마치.... 먼 그대를 향한 내 그리움처럼^^
기암괴석이 많아 석병산(石屛山)이라고도 하고
산수가 아름다워 소금강이라고 하는 주왕산(周王山)은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에있다.
산새와 전혀 상관없이 주왕산이라 명명한걸로 봐도
알수 있듯이 주왕산에 관한 전설은 참으로 다채롭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왕산의 이름과 걸 맞은 전설은
중국 진나라에서 건너온 주왕이 진나라를 회복하려고
와신상담했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있긴하다.

미국에 그랜드캐니언처럼 장엄한 협곡사이로
새하얀 폭포수를 쏟아붓는 폭포들은 
우물안 개구리같은 나에게 또 다른 세계를
무한히 보여주는 것 같아 진나라의 주왕처럼
나 또한 나만의 꿈의 세계 회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07.10.14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