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우중 청계산행
NaMuRang
2007. 9. 18. 21:03
뉴스에서 태풍이 온다고 제아무리 호들갑을 떨오도 내 기억속에 태풍전야는 언제나... 새하얀구름이 두둥실 떠가는 파아란 하늘였다고 저장 되 있다. 9월도 중순으로 접어드는 세째 주 휴일 아침. 대공원에서 시작하는 청계산행이 있었다. 언제 보아도 반가운 산우님들과 오랫만에 해후하며 마치 대공원 아스팔트가 운동장이라도 되는 듯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서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였다. 고개를 뒤로 힘껏 젖히자 구름들이 잔치라도 벌이는듯 싶다. 저마다 모습으로 한껏 모양을 낸 구름하늘이 내게로 온다. 이런 저런 이유들로 일주일내내 쌓여있던 깊은 내 설음 긴 호흡과 함께 드 넓은 창공을 항해 풀풀 쏟아버렸다. 가로수 프라타너스나무 아래에는 이미 낙엽되어 소복하게 쌓여있는 나뭇잎들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조석으로 부는 바람만이 가을을 전해 주는게 아니라는 걸 눈치채고 말었다. 대공원 뒷길 아스팔트 차도 갓길에 피어난 청보라빛 달개비꽃무리가 문득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먼 어린시절 내 고향 마을 언덕배기에 있음직한 달개비꽃을 보노라니 알수없는 그리움에 싸하게 아퍼지는 맘 추스리며 부지런히 산우님들을 따라갔다. 나무들이 울창한 숲속으로 들어가자 촉촉하게 젖어있는 산길사이로 골저 흐르는 물길이 샘물이라도 되는양 거칠고 메마른 내 가슴에 스며들어 행복이 퐁퐁 샘 솟는 듯 싶었다. 문득 이 행복을 누군가와 공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마치 비밀을 들켜버린 아이처럼 쑥스러움에 싱긋 미소를 지울수밖에..... 서늘하게 부는 가을 바람을 맞으며 "산행 하기에는 좋은 날씨"라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시며 산우님께서 지나가는 말처럼 흘리신다. 오랫만에 산행이고 보니 발걸음이 과히 가볍지만은 않았지만 '산행 하기에 좋은 날씨'말씀이 내 귓가를 스치며 가벼운 위안으로 다가왔다.가쁜숨 고르며 매봉에 오르자 매봉 비석이 반갑게 날 반긴다. 오랫만에 맘이 맞는 친구를 만난양 반가움에 매봉 비석위에 손을 얹고 악수를 하였다. 산행대장님 가는대로 따라다니는 산행을 하다보니 목적지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가름하지는 않는다. 그저 졸래졸래 따라만 갈뿐이다. 다시 산행은 시작되고 폭풍전야은 언제나.... 새하얀 구름들이 두둥실 떠가는 파아란 하늘을 기억하던 내 기억 창고에 치명적인 오류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이따금씩 빗방울이 나뭇잎 사이로 후두둑거리기 시작했다. 아직은 점심전이라 비 맞으며 점심식사를 해야 하는건 아닐까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현실로 나타나 어디 한군데 엉덩이 제데로 붙이지도 못하고 쪼그리고 앉아 비 옷을 입은 채 점심 식사를 했다. 점심 식사 전에는 비도 오는데 이렇게까지 꼭 점심을 먹어야 하는가 하는 강한 의문을 내 자신에게 하며 빗방울 뚝뚝 떨어지는 노오란 들국화에만 눈길이 자꾸 머물러졌다. 하지만 점심식사가 끝났을 때에는 어쩌면... 내 삶의 퍼즐게임에 또 다른 퍼즐 한장 붙이는 새로운 기쁨을 맛 보았다. 실한 소나무가지에 걸터앉아 사진 찍는 산우님들 틈새에 나도 끼어 보았다. 소꼽친구같이 그저 맘 편한 갑장 산우님께서 갑장끼리 사진 한장 찍자고한다. 첨단 과학이 세상을 지배하는 21세기에 '남녀칠세 부동석'의 근세 조선시대 사상에 젖어 있는 내 모습이 때론 생뚱 맞아 보일뿐이다. 미안한 맘을 털어 버리듯 훌쩍 일어나 추적거리는 비를 맞으며 이수봉 정상에 올랐다. 이수봉 정상이라고 큼직막하게 새겨있는 바윗돌에 문안 인사를 하며 끊임없이 내리는 비를 벗 삼아 하산길을 서둘렀다. '카멜롯의 전설'에 나오는 짙은 운무는 없었지만 비가 오는 날 산행을 할때면 때론 '카멜롯의 전설'을 느끼곤한다. 비록 나만의 '란셀롯기사'가 없어도 서글픔으로 가슴이 허물어지지 않았던건 가슴 따뜻한 산우님들이 날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싶다. 우의 없이 우산만 쓰고 하산 하시는 산우님들이 오히려 비를 맞지 않는 걸로 보아 나즈막한 잡목없이 쭉쭉 뻗어 오른 청계산 나무 숲속에서는 우산만 쓰고도 충분히 산행을 즐길수 있어 청계산에 또 다른 매력을 보는 것 같았다. 같은 산이라도 산행지를 어떻게 설정 하느냐에 따라 그 묘미를 달리 할수 있으니 산은 산행꾼들에게 끊임없는 연구대상 임에는 틀림없으리라. 07.9.10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