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Rang 봉사활동

지역아동센타 공부방을 다녀와서

NaMuRang 2007. 6. 25. 23:04

동창 모임이 있었다.
좌중 분위기를 잘 잡아주고
넉넉한 맘씨가 돋보이는 동창애를 보고
"너랑 같이 사는 사람은 좋겠다"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다른 동창이 얘기하자
그 동창 왈 "살아 봐야 알지"
'살아 봐야 알지....'
그 말이 만고불변의 진리이라는 것을
결혼한 사람들은 다 안다.
누구나 소유하고 있는 단점을 
자신이 충분히 수용할수 있을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한다면
실패의 확률이 적다는 것은 
탁상공론만은 아니리라.
딸래미가 초등학교 6학년때
같은 반 친구중에 몸집이 유난히 작고 
해 맑은 모습의 아이가 있었다.
아이가 학원갈 시간이 가까워지자
하루쯤 학원 빠진다고해서 공부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닌데 부랴부랴 아이를 찾으러 
딸아이 친구집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아파트 문 앞에 가자 아이들 재잘거리며
뛰노는 소리가 아파트 문 밖까지 들린다.
주부의 손길이 미쳐 닿지 않은 집안은
온갖 잡동사니 살림살이가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어 어수선한 모양새가 마치
파장 분위기다.
어려서나 어른이되서나 혼자 노는걸 
좋아하는 나는 특별한 일 아니고는 
이웃 아낙네와 수다 떠는 일을 즐기는편은 아니다.
하여 딸아이랑 같은 반 친구 아이
엄마가 약간은 정신이 들어갔다 나갔다하는
것도 몰랐고 아버지가 안계신 것도 몰랐다.
궂이 물어보지 않아도 동네 통반장하는 아줌씨가 
딸아이와 같이 딸아이 친구집에서
나오는 나를 붙잡고 마치 은밀한 비밀을 
가르쳐주듯 속닥속닥거린다.
유난히 몸집이 작고 병약해 보이는
아이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날 이후로.... 가끔은 그 아이소식을
딸아이에게  물어봤다.
천방지축 딸아이는 친구가 아퍼서
학교에 안 나오는 날이 있다는 이야기를
이따금씩 했다.
딸아이 친구가 이따금씩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는 소식에 왜 그렇게 심란했는지 모른다.
마치 자전거가 발이라도 되는양 
어디를 가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딸아이가
친구도 자전거를 배우고 싶어한다며
친구네 집에 가서 학원 갈 시간이 됐는데도
오질 않는다.
기다리다 못해 아이를 찾아 나선 나는
또 동네 호적계장 통반장아줌씨를 만났다.
딸래미가 정신이 들랑달랑하는 102호집 엄마
아이와 자전거 타는 것을 봤다며 
심각한 표정으로 친구아이 엄마 사생활을 들려준다.
왠 놈팽이 하나가 생겨가주고
돈도 안 벌어다주고 집에만 처박혀있어
친구 딸래미 엄마가 공장에 가서 일을 해
번 돈으로 사는데 그래도 딸래미 친구 엄마는
좋아서 어쩔줄을 모른다나 어쩐다나 
손짓 발짓을하며 자신의 일도 아닌데 신이났다.
물론 딸래미 친구엄마 일이기에 
관심을 가져야 마땅하지만 
남의 일에 무관심하기가 천성인지라
동네 호적계장 통반장아줌씨에 붙잡혀
시간 가는게 아깝기만했다.
하지만 몰랐으면 몰라도 알고나니
솔직히 고백건데 걱정은 되었다.
제 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딸아이 둘 키우는 일도 문제였지만
그나마 있는 아파트 어떻게 되는건
아닌가 하는 노파심에서....
여름방학이 끝나고 9월이 되자마자
운동회 준비로 학교 운동장은 연일 시끌시끌하다.
부채를 들고 둥그렇게 원을 만들며
왔다리 갔다리하는 아그들 모습에서 
먼 옛날 습자지에 색색으로 물을 들여 
꽃 만들어 고깔모자에 붙이고
습자지 꽃으로 만개한 고깔모자를 쓰고 
작은 북 들고 농무를 추던 내 어린 시절
운동회가 생각 나 보고품에 울컥 목이 메인다.
드뎌 운동회가 시작되고 5~6학년 여자아이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강강수월레를 추고
강강수월레를 추던 아이들이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다리를 만들어 딸아이반 친구와 친구동생이 
친구들 어깨를 밟으며 
마치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 가운데에서 만나 
포옹하는 장면을 피날레로 장식했다.
어쩌면... 딸아이 친구는 평생도톡 이경험을 
잊지는 못하리라.
아이가 학교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고 어떠한 상황이 벌어져도
제데로 학교 다니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어떠한 이유에서건 이혼한 부부들의
가장 큰 희생양은 바로 자녀 일 것이다.
편모 편부 슬하에 자녀들을 중점적으로 
올바르고 그리고 곧게 성장 할수 있도록 
도와 주는 곳이 있어 봉사단에서 찾아 나섰다.
은평구 역촌동 주택가에 자리잡은
지역아동센터 역촌예일 공부방은
초.중.고등학생들이 방과후 
지도교사들로부터 학습 지도를
받는 곳이다.
노는 토요일이 아니라 학생들은 없었지만
사랑을 듬뿍 얹져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공부방이 한눈에 들어왔다.
현직 목사님께서 직접 운영하시는 
지역아동센터 역촌예일 공부방은 
공부방을 찾는 전 학생에게 간식과
저녁 급식도 제공한다고한다.
목사님 말씀으로는 편모나 편부 슬하에
자녀들은 공부에 관심을 보이지않고
성적이 과히 좋지 않은 아이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씀하신다.
아직은.... 철이 덜든 아이들이기에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도에 정비례하여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자하는 욕심이 
생기는 건 아닐런지.
특히나 편부 슬하에 자라는 아이들은
아버지 벌이가 시원찮을 경우에도 
부모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느 곳에서도 혜택을 받을수 없어
무늬만 부모인 덕분에 궁핍함의
사각지대이다.
그렇지만 한참 감성이 예민해진 사춘기
청소년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도
깊이 있는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봉사활동 후원금 전달하는
과정에서 절실하게 깨달았다.
맘이 있는 곳에 물질이 있다는
생활철학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중에 하나다.
봉사 후원금은 어쩌면 세상을 평안하게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맘으로
준비해준 돈이기에 그 소중함을 대신
전달하는 전달자로써 최소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같이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다.
하지만 노는 토요일이 아니라 아이들을 볼수도
없었지만 아이들과 같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아이들 맘에 상처를 줄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언젠가 언론에서도 보도 된적이 있지만
점심을 굶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도시락을 주고
싶어도 비록 냉수먹고 굶을 망정 
무료 도시락 받는 모습을 반 친구들에게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게 요즘 아이들의 자존심이라고한다.
내가 학교 다닐때만해도 점심시간이 되면
강냉이죽을 키가 큰 친구가 가져와 
커다란 국자로 친구들에게 나누어주곤했다.
그 강냉이죽이 너무 먹고싶어
강냉이죽 먹는 친구들이 부러워하곤했다.
때론 도시락과 강냉이죽을 바꿔 먹기도했고 
그렇게나 맛있는 강냉이죽은 특별한(?) 아이들에게
주는 줄만 알었다.
모두가 없던 시절이라서 그랬는지
아님 메스컴의 장난이 없어서 그랬는지 알수는 없었지만
우리가 클때는 그런 세세한 자존심은 없었던것 같다.
하지만 T.V에서는 연일 잘 먹고 잘 사는 모습들만
비쳐지니 한참 크는 아이들에게는 그게 전부인양
보일수도 있으니 상대적 박탈감이 그 얼마나 크겠는가.
무한한 사랑과 관심만이 
아이들에게 진실로 다가 갈수 있으니
뚜렷한 사명감 없이는 할수 없는게
지역아동센터 공부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들었다.
우리는...남이 할수 없는 일을
음지에서 사명감 하나만을 붙들고
애쓰는 이들에게 맘이라도 성원을 보내야하는건 
사람의 도리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역아동센터 공부방을 빠져나왔다.
07.6.25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