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안개와 비를 만났던 도봉산행기
NaMuRang
2007. 5. 15. 01:27
'두어차례 비가 오고 오후에 갬' 5월13일 주말 일기예보다. 전혀 반갑지 않은 일기예보 소식에 혹시나 변동사항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수시로 인터넷사이트를 들락이며 날씨를 뚫어져라 들어다 보았지만 '변동사항 이상무'라는 불변의 법칙을 지키는 병정이라도 되는양 여전히 우산이 가지런히 접어 꽃혀 있었다. 5월 둘째 주말은 도봉산행이 있는 날이다. 이른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혹시나...싶어 얼른 창문을 열어 보았지만 비가 오고 있었다. 무심히 떨어지는 빗물이 내 마음을 몰라 주는 듯 싶어 야속하고 불안하기 까지했다. 도봉산이 있는 동봉산역에 도착하자 산우님들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성안에 갖혀 낯가림이 심한 나는 때론 이방인같은 삶을 살아갈때가 많지만 반갑게 맞아주시는 산우님들의 따사로운 맘씨는 내 가슴에 늘 행복으로 젖어 들게 한다. 이른 아침 줄기차게 오던 비도 잠시 주춤하자 "이제 비가 올 만큼 왔으니 오지 않을거란" 산우님의 말에 을마나 안심이 되던지 나자신도 모르게 활짝 웃고 말었다. 어린 풀잎들이 나즈막한 산등성이를 연초록빛으로 물들여 놓은 대자연의 신비로운 조화를 놓치고 싶지않아 디카카메라에 촛점을 맞추며 산행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건망증에 한 몫하는 나는 내 디카카메라로는 연초록빛으로 물들인 산등성이를 다시 볼수 없는 값 비싼 실수를 저질렸다.) 이따금씩 뻐꾸기가 낯선 산행꾼들에게 산속 이야기를 들려주며 뒤 따라온다. 그들이 신기한 이야기에 귀기울이다 보니 가파른 산행의 무거운 발걸음도 훨씬 수훨해지며 가쁜해졌다. 운무가 마치 연기마냥 자욱하게 솟아나는 숲길은 언제나 '카멜롯의 전설'을 연상한다. 비록 나만의 '란셀롯기사'가 없어도 외로움에 허덕이지않고 슬픔으로 가슴이 허물어지지 않는 것은 겨우네 빈나무가지에 어린 나뭇잎이 연초록빛으로 옷입고 숲속을 초록빛 정원으로 물들였다는 사실 하나 때문만은 아니였으리라.... 빗물 가득 머금은 바위는 미끄럼틀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바로 부상으로 연결 된다는 것을 이미 눈치채였기에 선배 산우님들의 자상한 안내를 따라 무사히 오늘에 목표인 오봉 정상에 도착했다.
한치 앞을 가름하기 힘들 만큼 뿌연 운무가 앞을 가리지만 오히려 그 상황을 즐기려는 듯 오봉 정상에 밧줄을 매달고 암벽타기를하는 용감 무쌍한 용사(?)들도 있었다. 아직은 목숨을 내 놓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는 딸아이가 눈에 밟혀 그저 부러움에 시선으로 바라볼수 밖에.... 비록 안개가 앞을 가려 산아래 풍경을 구경 할수 없다 하더라도 촉촉하게 젖어있는 나무가지들 그리고 빗방울 방울방울 맺혀있는 나뭇잎만으로도 충분히 운치있는 산속 풍경이기에 산행하기를 넘 잘했다는 생각은 마냥 행복으로 젖어들게 했다. 하지만, 행복으로 들뜨던 마음에 찬물이라도 끼얹듯 비가 후두둑 거리며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올 만큼 왔다"라는 산우님의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회심에 미소까지 지었던 나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트렸다.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가 총과 배낭 워커 철모 기타등등 전쟁장비를 갖추지 못하면 죽음을 불러오듯 우의에 고어텍스모자까지 만만태새를 갖추고 우중산행에 돌입했던 나는, 뚝뚝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와세찬 바람이 제법 위험을 갖추고 산행을 방해하지만 이미 그들을 방어하기 위한 장비를 충분히 갖추었기때문에 오히려 그들과 함께 즐길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연분홍 산철쭉이 쏟아지는 빗속에도 살포기 고개 숙이고 빗물 뚝뚝 떨어트리며 수줍은 듯 미소 짓는다. 그들의 고운 몸짓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물어지며 슬픔인지 설음이지 알수없는 마음에 흐름을 추스르기가 벅차기는 매한가지라....
4월 초파일 석가탄신일이 가까웠는지 산중에 있는 암자에도 등불이 걸려있다. 허공에 매달려있는 등불에 지극히 작은 내 꿈하나 소중하게 담아 보며 훠이훠이 산길을 내려왔다. 07.5.13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