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관악산 다시보기
NaMuRang
2006. 11. 20. 23:50
관악산행
2년전 화려한 봄날 산행을 시작하고나서 2번째 산행이 관악산였다. 아카시아 꽃이 사당동 마을을 향기 천국으로 만들던 5월초 사당동 뒷마을에서 시작되는 관악산(冠岳山)행은 발길에 닿는게 크고 작은 바위 뿐이라 어지간히 산행이 힘에 겨웠다. 나무들 또한 정상으로 올라 갈수록 적어 오월 뜨거운 햇살이 6시간 넘게하는 산행내내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게 만들었다. 그 이후 관악산행이 두어번 더 있었지만 산행이 만만치 않다는 느낌과함께 바위뿐인 산이란 기억을 지울수가 없었다. 11월도 하순을 향해 인정사정없이 줄달음질 치는 세째주일날 관악산행이 있는 날이다. 낙성대역에서 선배산행꾼님들을 만나 마을버스를 타고 이름도 거창한 기초 과학 공동 기기원(유전 공학관)에서 내려 관악산행은 시작되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예술가의 손이라도 거친듯 소나무들은 자신만의 색깔로 자라나 솔밭을 이룬 산속으로 들어서자 평화로움이 잔잔하게 흐르는듯하며 'John Baez'의 'The river in the pine' 이란 노래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잔솔나무가 우거진 솔밭을 산책하듯 산행하며 관악산의 새로운 모습에 그동안 가지고 있던 편견이 무참하게 깨지는 순간였다. 언제나 처럼 한 단면만 보고 전체를 알고 있는양 단정짓는 나의 편협함은 숨겨지지 않는 부끄럼였다. - 전혀 새로운 발견 - 부제: 관 악 산행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예술가의 손을 거친듯 자신만의 색깔로 자라난 관악산속 솔밭길. 누우런 솔가루가 소복소복 쌓여있는 산속 솔밭은 평화로움이 잔잔하게 흘렀어요. 일지감치 바위뿐이란 편견은 산행자체를 멀리하게 만들었지만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산속 솔밭이 있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발견입니다. 편견에 사로잡혀 숲 전체를 볼줄 모르는 근시안은 언제나처럼 숨겨지지않는 부끄럼입니다.
연주대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뽀족바위들이 앞을 가로 막으며 릿찌산행의 즐거움을 잠깐씩 안겨주었다. 눈이 밝으신 선배산행꾼님께서 총알을 3개나 주우셔서 보여주신다. 개인적으로 난생처음 총알을 만져볼 기회가 생겼다. 도토리 반만하게 생긴 총알이지만 맞았다하면 치명상을 입는다. 하지만,외관상으로 볼때에는 전혀 위험 물질같이 느껴지지는 않는 아이러니함이란... 제법 묵직한 총알을 손으로 굴려보며 한참이나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헬기장 아래에서 진수성찬으로 요기를하고 도전적으로 하늘을 향해 암석이 뽀족뽀족 박혀있는 관악 8봉을 하나씩 하나씩 넘어갔다.
봉우리들 정상에는 나무 그늘이 없어 햇살이 따가운 날은 산행하기가 수훨하지 않았겠지만 오늘은 천만다행으로 깊어가는 가을날과 흡사하게 제법 흐린날씨 덕분에 바위산 관악산행하기에는 천금같은 기회였던 것같다. 처음 도전해 보는 관악산 8봉에 날씨까지 받쳐주니 산행하는 동안 내내 왠지 모를 감사가 가슴 가득 차고도 넘쳤다.
개인적으로 싸리나무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조정래'님의 '태백산맥'에서 한겨울날 한밤에 소화를 찾아 온 빨치산애인 정하섭을 위해 연기가 나지않는 싸리나무를 불 지펴 얼음같이 차거운방을 덮혀주던 모습이 묘사된 글 때문이다. 봉우리 정상에서 만난 실같이 가느다란 나뭇가지가 싸리나무인줄은 몰랐다. 단지 나뭇가지가 너무도 가늘어 연약하여 무심코 선배산행꾼님께 여쭤 보았더니 싸리나무라고 가르쳐주신다. 싸리나무를 가지런히 묶어 만든 싸리빚자루와 싸리나무에서 자라는 싸리버섯은 버섯중에 으뜸이란 말씀을 듣고보니 싸리나무는 참으로 쓸모가 많은 나무같다는 생각에 실같이 가느다란 나뭇가지 손으로 정성껏 만져보며 어떠한 상황이 벌어져서 오랫동안 죽지말고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정녕 싸리나무는 모르겠지.
척박한 환경 탓에 커다란 분재를 해 놓은 것 같이 바위 틈 사이에서 자라난 소나무들과 바위들은 공존의 아름다움을 그림같이 펼쳐보여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왕관바위가 왕관을 쓴듯 위엄있게 버티며 산행꾼의 접근을 불허 하는 듯했다. 하지만 용기백배 산행꾼들은 왕관바위인들 그냥 지나칠수는 없다. 나또한 치기어린 호기심에 물불 안가리고 왕관바위에 올랐다. 하지만 절벽 바위를 내려 올때는 치기어린 호기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왼발을 먼저 바로 아래 바위틈에다 밀어 넣어야했지만 개인적으로 난 왼발이 아킬레스건이다. 갑자기 자신감이 없어지면서 순간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공포감이 섬광처럼 스쳤다. 산행에서도 나 자신을 믿는 자신감은 바로 자신의 안전을 책임지는 가장 큰 무기라는걸 절실하게 느꼈다. 나같이 우매한 사람은 실전 경험을 통해서만 터특하는 단점을 가지고있으니 안전이 바로 생명과 연결되어있는 산행에서 조차 고치지 못하는 못된 버릇을 여지껏 커다란 사고없이 산행할수 있었던건 순전히 신의 보살핌 때문은 아니였을까 하는 깨달음왔다.
하산길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마치 낙엽 이불을 쫙 펼쳐 놓은 것 같은 낙엽밭에서 올 가을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산행에 낙엽을 주우러 나온 여인네마냥 사진 한껏 찍는 호기를 부리고야말었다.
에필로그: 산행을 시작한지는 햇수로는 2년이지만 어설픈 산행기가 오늘로 42회니 42번 산행을 했나보다. 순전히 강한 호기심에서 산행을 시작했고 산속 풍경은 호기심을 충분히 채워주고도 남었지만 과연 정상까지 잘 갈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산행 하기에 앞서 막연한 두려움였다. 산행 자체가 힘에 겨워 즐기듯 산행 할 날이 나에게는 올 것 같지가 않았다. 하지만 11월 둘째주말에 했던 청계산행과 요번에 한 관악산행은 전혀 힘들지 않고 즐기듯 쿨하게 산행할수 있었다. 산행에도 내성이 생기는 건지 그 이유야 알수 없지만 암튼 힘들지않게 산행 할수 있다는것은 산의 참 맛을 알수 있기에 이제야 바로 초보산행꾼이란 자랑스러운 훈장(?)을 나에게 달아주고싶다. 06.11.19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