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늦가을과 늦여름이 공존하던 오대산

NaMuRang 2006. 10. 16. 22:48

오대산 노인봉 소금강 산행기


아직은....
도시에 가을이라 해봐야 
긴팔 옷을 입고 거리를 빠르게 오가는 도시인들과 
도로변 은행나무 가로수들이 샛노란 은행 
대롱대롱 매달고 있는 모습 외에는
달리 가을을 느낄만한 징조는 극히 드물다.
다만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만이 싸늘함으로
미세하게 균열하는 것을 느끼며 가을이 깊어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피부로 느낄뿐이다.
늦은 밤 퇴근길 바람이 몰고오는 가을의 고독은
어딘가로 늘 마음의 방향을 향하게 만든다.
오대산의 노인봉과 소금강 무박산행을 위해
주말 밤10시 개봉동 산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새벽 3시쯤 진고개 매표소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컵라면을 먹고는 산행길이 열리자 산행이 시작되었다.
야간 산행의 묘미라하면 해드런턴의 불빛이리라.
깜깜한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렌턴불빛은
마치 은하수가 서서히 움직이는 듯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이미 나무잎 한장 붙잡지 못한
빈 나뭇가지 사이로 떠 오른 반달이
아득히 먼 발치에서 따라오고있다.
가끔씩 그에게 눈길이 머물어지며
산행은 가파른 산길을 쉼없이 계속 되었다.

사랑이 별건가요?

이미,
그 흔한 나무잎 한장 붙잡지 못하고
앙상한 뼈 여과없이 내 보인 빈나뭇가지들.
그들의 허상함이 감당하기 힘든
현살이라 하여도,
밤새토록 그들과 함께 하고자
찾아 온 수호천사 반달은
빈나뭇가지 사이로 얼굴 슬며시
내밀고 있습니다.
너무나 멀리 있기에
존재조차 막연하지만
함께 하고자 하는 그의 모습이
사랑입니다.

오랫만에 하는 산행이라 많이 힘들거라
예상을 했는데 의외로 가벼운 발걸음에
싱긋 미소가 지어진다.

노인봉 정상에 오르자 아직은 해를  
보기에는 이른 시각이라 노인봉 무인대피소에 앉아 
잠시 잠깐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동트는 붉은 해를 볼수가 없을 거란 
막연한 생각이 들은건 뿌엿게 산자락을 덮고있던
안개 때문였다.
노인봉 정상에 올라 뿌엿게 안개로 덮혀있던 산하를
바라보면서 해가 떠 오르기를 조바심치며 기다렸다.
어느순간 동녁 하늘에 나타난 해는 그의 자취가 너무도
희미하여 달일까 해일까 순간 헷갈렸다.
우뚝솟아 오른 화강암 봉우리가 멀리서보면
백발노인같이 보인다 하여 老人峰 이란 명칭을 얻은
노인봉은 해발 1338m 이다.
정상에 서면 동해바다 주문진까지 볼수 있다고 하지만
오늘은 짙은 안개에 가려 희미한 모습조차도
볼수는 없었다. 

단지 나무잎 한장 붙들지 못하고 
처연하게 서있던 사시레나무의 새하얀 속살이
어지간이 내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이미 오대산 노인봉 정상은 늦가을였다.

낙엽들이 수북하게 쌓여 낙엽밭을 이룬
하산길을 내려오며 아직은 전혀 가을맞이를
준비조차 하지 못했는데 훌쩍하니 떠나 버린
가을은 믿기지않는 현실같았다.
뽀쪽 뽀쪽하게 사방팔방으로 뻗어있는 빈 나뭇가지들이 
가을은 떠나갔다고 아프게 가시마냥 내 마음 찌른다.
존재할때 최대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 때문은
언제나 처럼 깊이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까닭이다.
오대산 노인봉 정상 부근도 대부분 산이 그렇듯이
척박한 주의 환경 탓에 나무들이 커다랗게 자라진 못했다.
잡목들이 우거져있던 정상길을 뒤로하고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크고 작은 바윗돌들이 층층히 쌓여있는 하산길.
바위 계단위에 소복소복 쌓여 곱게 물이든 나뭇잎들을
살포시 밟고 내려오노라니 급경사가 진 하산길이 
전혀 힘들지않고 용서(?)가 되었다.
빨알간 단풍나무잎이 아침햇살 맞아 샛빨간 빛 
내뿜어대자 그들의 열정은 산행꾼들의
맘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산행하는 이들 모두가 아름답다는 환성이
터져나오며 그들에게서 눈길이 거두어지지가 않았다.

그 나무에 이름은 모른다 하지만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샛노랗게 물이든 나뭇잎의
고운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나 자신도 
그들이 된양 착각에 빠져 
한 컷트 찍는 오류를 범하고 말었다.
아름답다는 것은 아름답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사람 맘을 흔들어 놓는것 같다.
하지만 올해는 단풍이 예쁘게 들지 않았다는 
야그를 많이 듣는다.
그 이유야,
작은 이유부터 큰 이유까지 열손가락이 모자라겠지만
가장 큰 이유를 들자면 일교차가 심하지 않다는
말씀을 선배 산행꾼님한테 들었다.
우리는 흔히 이야기한다.
시련을 겪지않고는 성장할수 없다고
어쩌면 그것은 대 자연에도 해당되는 법칙같다.
밤새 차거운 기온을 견뎌내며 한낮의 가을 땡볕을
인내하며 안으로 삮이고 침묵하여 고운빛으로
숙성한 모습이 바로 나무잎들이 가지고있던
그들만의 가을날의 빛깔이 아닐런지....

원래 이름은 청학산(靑鶴山)였지만
금강산과 닮았다고하여 율곡(栗谷) 이이(李珥)께서 
이름지어진 소금강(小金剛)은 
비운의 왕자 마의태자가 생활한 곳으로 문헌에 나와있다.
깍아지른 절벽에 나무들이 자라고 
그 나무들이 가을단풍이 들어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소금강은 이름에
걸 맞다는 생각을 하산길 내내하게 만들었다.

비록 금강산 구경이야 한참은 거리가 먼
야그지만 같은 강원도땅에 자리잡은 소금강도
충분히 아름답기에 그들과함께 산행 기념촬영을 할수밖에

소금강의 가장 큰 매력은 
계곡사이에 흐르는 맑은 계곡물같았다.
공해가 전혀 묻어있지 않는
계곡물 속에는 자그마한 돌멩이들의
섬세한 부분까지 보일정도로 맑고 투명했다.
낙엽들이 계곡물에 두둥실 떠다니며
가을날의 깊이를 더해주는 소금강 계곡따라
하산길은 끝없이 이어졌다.

'눈 감으면 한 폭포수 소리인데
눈 뜨면 아홉 폭포'란 시구로 유명한
구룡폭포(九龍瀑布)는 9개의 크고
작은 폭포로 이어져있다고한다.
길게 꼬리를 내리며 떨어지는
새하얀 폭포수의 시원한 물줄기에
자질구레하고 하찮은 생각들을 말끔히
씻어내며 지극히 순결한 영혼이고 싶었다. 
06.10.16
NaMu

Marble Halls - E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