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가을이 깊어지기 전에

NaMuRang 2006. 9. 29. 23:28

가을이 깊어지기 전에

올 봄 처음 그나무를 보았을때
나뭇가지가 하도 부실하여 
무늬만 나무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난히 도톰한 나뭇잎이
출퇴근길 내 눈을 사로 잡았다.
어느날인가부터 초록빛 나뭇잎 사이에
피어난 노오란 꽃이 감꽃이라고
감지하는데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않았다.
소중하게 묻혀버린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 살려주는 감나무에 각별하게
관심을 가질수 밖에 없었던 건
숨길수 없는 사실이다.
초여름 장마가 시작 되기 전부터
감나무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도톰하고 실하던 초록빛 나무잎은
거미줄이 쳐지면서 하나 둘 떨어져나갔다.
병들어 시름거리는 감나무를 본다는 것은
마치 소중한이의 아픔을 보는 것 같아
벌레들이 끔찍하게 미웠다.
하지만 남의집 담장 너머에 있는
감나무를 어찌 해보자는 것은
그저 내 권한 밖에 일이기에
떨어져나가는 감나무잎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일이 내가 한일의 전부였다.

도톰하고 실하던 초록빛 나뭇잎은
벌레들이 갉아먹고 떨어져 거무죽죽
빈나무가지가 모습을 드려내자 
나뭇잎 사이에 숨어있던 풋감도
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멀쩡한 나뭇잎 하나 매달려있지
않은 감나무지만
감만은 떨어지지 않기를 눈이 시리도록
관심을 가졌다.
여름날의 모진 비바람과 태풍을
무사히 견디어 내던 풋감은
마치 내 분신이라도 되는 양
출 퇴근길 다정한 눈인사를 잊지않았다.

단 세개밖에 남아있지 않던
감나무에도 풍요를 입혀주는
가을이 오고 있나보다.

맨 윗쪽에 쌍둥이 마냥
사이좋게 매달려있던 감들이
주홍빛으로 가을물 들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출근전 
'가을은 고독을 아는 사람에게
더 깊이 찾아 온다'라는 '용혜원'님의
시귀를 읽었을때 마치 내 마음을 들켜 
버린 것 같아 슬며시 디카를 챙겨들었다. 

더 이상 고독의 늪에 빠지기전에 
난 주홍빛으로 물들은 감을 찾아야만했다.
06.9.29
NaMu